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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FP 이야기/추천도서

내가 생각이 너무 많은 이유?

by 삶사랑사람 2020. 3. 24.

<나는 생각이 너무 많아>라는 책을 보면 HSP들이 생각이 너무 많은 이유를 3가지로 제시합니다. 첫째로 남들보다 감각이 예민하기 때문입니다. 사실 HSP들은 감각 체계가 과민합니다. 이는 신경학적인 이유 때문인데, 실제로 보통 사람들에 비해 아주 약한 자극도 예민하게 감각기관에서 받아들여지는 것입니다. 그야말로 민감하게 타고난 오감 때문인 것이죠. 

실제로 저의 경험에 비추어봐도 그렇습니다. 어릴 때부터 후각이 남다르게 예민했는데, 집에 돌아와 '엄마, 오늘 생선 구워 먹었어?'라고 하면 엄마는 '귀신같이 그걸 어떻게 알았데~?'라고 놀라곤 했었습니다. 하지만 저에게는 너무나 강하게 나는 냄새이기 때문에 엄마가 놀라는 게 이상한 일이었죠. 엄마는 집에 오래 있어서 냄새에 무뎌졌나 보다 하고 말았어요. 이 책에서도 보면 감각이 과민한 사람들은 소음, 조명, 냄새로 인한 불편을 자주 느끼면서도 자신이 그렇게까지 유별나다는 것을 깨닫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미각도 남다르게 예민한 편이어서 음식점에서 한 입만 먹어도 어떤 재료들이 들어가있는지 금세 알아차리곤 했지요. 제 입에는 생강향이 강하게 나고, 파의 향이 강하게 나니까 너무 쉽게 알아차릴 수 있는 건데, 같이 먹는 사람들은 잘 모르겠다고 하더군요. 그렇게 경험들이 쌓이면서 조금씩 내가 남들보다 자극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걸까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다 결혼하고 이 부분이 정말 극대화된 경험을 하게 됩니다. 결혼 선물로 양키스 디퓨저를 선물 받았는데요, 사용법을 잘 몰라서 막대를 10개 모두 병에 꼽아서 침대 맡에 둔거에요. 가뜩이나 성분이 독하다는 양키스의 디퓨저를, 그것도 10개나 꼽아서 침대 맡에 두었으니.... 저의 민감한 후각세포들은 그 날부터 매일 밤 혹사당하기 시작한 거죠. 후각뿐만 아니라 온 몸이 디퓨저의 안 좋은 성분에 반응하기 시작했어요. 매일 메슥거림과 소화불량, 설사, 어지러움 등등의 증상으로 정말 참담한 신혼초를 보내게 된 것이죠. 

 

 

놀라운 것은, 이토록 민감한 신경체계를 타고 났음에도 불구하고, 디퓨저의 사용법에 대해서는 너무나 무지했다는 것이에요. 그리고 몸이 안 좋은 원인이 디퓨저 때문일 거라고는 차마 생각하지 못했어요. 거의 보름 가까이 시름시름 앓던 어느 날, 이대로는 더 이상 살 수가 없겠다 싶어서 밤에 남편에게 울면서 하소연했어요. 그랬더니 이것저것 둘러보던 남편이 디퓨저 병을 들면서 혹시 이거 때문일까? 했죠. 막대 10개를 꼽아 어찌나 빨리 날아갔던지, 이미 액체는 바닥을 보이고 있더라고요. 이거다 싶어 허겁지겁 현관 밖에 두고 나니 그제야 숨통이 트이더라고요. 그 후로는 다시 꿀잠을 자게 되었다는 이야기입니다. 

이 일이 있고나서 알게 된 것이 두 가지 있는데, 하나는 남편은 정말 민감하지 않은 사람이구나 하는 사실이에요. 그 환경 속에서도 편하게 잘 자고 아픈 데도 전혀 없었거든요. 말하자면 저는 모든 자극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차이를 알아냄으로써 안전한 환경을 추구하는 유전자라면, 반대로 남편은 어지간한 자극에도 반응하지 않음으로써 안정을 추구하는 유전자를 물려받은 것이죠. 그때부터 남편은 저를, 저는 남편을 신기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또 하나는 디퓨저의 성분이 의외로 매우 유해하다는 것이에요. 천연성분만으로 만든다고 해도 첨가해야 하는 화합물들이 있는데, 그게 몸에 상당히 안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죠. 실제로 한 번은 제가 어떤 방에 들어갔는데, 그 방 주인이 놓은 호주산 천연 디퓨저를 한 시간 정도 맡았다가 자궁이 쿡쿡 쑤셨던 경험이 있었어요. 환경호르몬이라 생식기관에 특히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것이죠. 

암튼, 이렇게나 민감한 감각을 타고났기에 그 많은 정보들을 뇌에서 처리하다보면 남들보다 생각이 많아질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생각이 너무 많은 두 번째 이유는 남들보다 감정이 훨씬 더 넘쳐흐르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제 경우를 봐도 그래요. 드라마를 볼 때 여주인공이 슬픈 사연을 이야기하면서 울면 몇 초만에 제가 그 주인공인 것처럼 같이 울고 있거든요. 감정이입을 굉장히 빠르고 깊게 하는 편이죠. 그것도 다 제가 우뇌 지배형이기 때문에 오는 당연한 현상이에요. 그리고 어린아이들의 행동을 보면 아이들의 감정을 마치 제가 아이인 것처럼 생생하게 느끼기도 해요. 특히나 어린아이들은 모든 감정을 순수하게 표현하기 때문에 그걸 보고 있는 저 또한 훨씬 더 생생하고 강하게 감정을 느끼게 되지요.

 

 

책에도 보면 정신적 과잉 활동인은 감정이입이 지나친 사람들이라고 해요. 주변 사람은 물론 자기가 잘 모르는 상대의 감정까지도 쉽게 파악하고 예측하고 감지하죠. 그야말로 스펀지처럼 상대의 감정을 빨아들여요. 하지만 이것은 공감이나 연민이라기보다는 감정의 침범에 가까워요. 오히려 타인의 고통을 느끼고 싶지 않은데 의도치 않은 방식으로 너무나 급작스럽게 상대의 감정에 푹 빠져 버리는 거예요. 그래서 그런 감정의 침범이 견디기 어렵다고 토로하곤 합니다. 그래서 아예 사람이 많은 곳을 피하기도 해요. 사람이 많은 곳은 소리나 움직임 같은 감각 자극이 많아서 힘들기도 하고, 감정의 침범이 자기 마음을 어지럽혀 피곤하기 때문이지요. 

마지막으로 생각이 너무 많은 세 번째 이유, 바로 이들의 뇌가 쉬지 않고 돌아가기 때문입니다. 먼저 좌뇌와 우뇌의 차이를 이야기해야겠네요. 좌뇌는 직선적이고 체계적이며 언어와 수를 다룹니다. 명명하고 기술하고 규정합니다. 분석적이기 때문에 전체를 분할해서 구성 요소를 하나씩 단계적으로 처리하지요. 좌뇌의 작업은 연속적이고 시간 순서를 따릅니다. 인과관계를 수립해서 문제가 있다면 어떤 해결책으로 가야 하는지 판단하지요. 좌뇌는 자신을 유일무이한 존재로 의식하므로 자율성과 개인주의를 자극합니다.

반면에 우뇌는 현재의 순간을 삽니다. 우뇌는 감각 정도, 직관, 본능을 중시해요. 상황을 종합적으로 파악하고 아주 사소한 하나의 요소에서 출발하더라도 전체를 재구성하지요. 또한 우뇌는 뭔가를 알면서도 그것을 어떻게 아는지 설명할 수 없을 때가 많아요. 우뇌의 생각은 나뭇가지처럼 여러 갈래로 풍성하게 뻗어 나가기 때문에 다수의 해결책을 발견합니다. 또한 우뇌는 감정적이고 정서적이어서 비이성적인 우뇌는 스스로를 인류, 나아가 생명체 전체에 소속된 존재로 파악합니다. 그래서 비교적 이타적이고 관대한 시각을 제시하지요.

 

 

보통 사람들은 좌뇌 지배형이고, HSP들은 우뇌 지배형입니다. 그래서 정신적 과잉 활동이 일어나는 것이죠. 이들의 사고는 일부러 어떤 주제에 집중력을 쏟지 않으면 자동으로 작동해요. 저 혼자 여러 갈래로 마구 뻗어 나가고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문제까지 건드리면서 끝없이 몽상을 부풀리는 것이죠. 그래서 남들이 보기에는 상당히 '산만한' 모습을 보입니다. 그러나 그들의 머릿속에서는 다각적 사고가 끊임없이 펼쳐지고 있는 거예요. 그래서 좌뇌 지배형에 비해 훨씬 더 빠르고 창의적인 방법으로 문제의 해결책을 찾아내기도 한답니다. 

그러나 뻗어 나가는 생각 가지는 단점도 가지고 있어요. 한없는 행복도, 극심한 우울감도 예고 없이 급작스럽게 찾아오는 것이죠. 이런 단점을 극복하려면 이들은 자기 생각의 흐름을 통제해야 합니다. 생각의 흐름을 조금 늦추고 수많은 갈림길 중에서 자기가 갈 길을 선택해야 합니다. 자신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주시해 보아야 해요. 자신이 이 생각에서 저 생각으로 어떻게 훌쩍 넘어가는지를 살펴봐야 합니다. 자신의 사고 과정을 역방향으로 추적해 보아야 합니다. 요컨대 뇌의 자동 조종 장치를 끄고 수동 조종으로 넘어가라는 이야기입니다.

제 경험을 비추어봐도 그래요. 특히 상대방의 말이나 행동을 단서로 삼아 우뇌에서 끊임없이 뻗어나가는 생각의 가지를 통제하지 못할 때가 있지요.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저 사람은 나를 싫어하는구나'라는 결론이 납니다. 그리고 극심한 우울감과 관계의 단절에 속상해하게 되지요. 하지만 이것은 전혀 엉뚱한 사고의 결과입니다. 좌뇌형처럼 연속적, 논리적 순서로 사고를 했다면 결코 이를 수 없는 엉뚱한 곳에 훌쩍 넘어온 거예요. 그럴 때는 스스로 진정시키고 처음부터 논리적으로 하나씩 생각해봅니다. 그러다 보면 이상한 비약이 이루어진 부분을 스스로 발견하게 되지요.

 

오늘은 <나는 생각이 너무 많아>라는 책에서 생각이 너무 많은 이유로 제시한 3가지 내용을 제 경험에 비추어 살펴보았습니다. 다음 포스팅에서는 사람들과의 관계가 힘든 이유에 대해서 살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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